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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차와 마음가짐

by An마담 2019. 5. 15.

차와 마음가짐

차와 마음가짐

 

다인이라 함은 차를 즐겨 마시어 밝고 맑게 사색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다인 정신이라 함은 다인이 차를 마시어 얻는 근본적 의의나 큰 뜻을 말한다. 우리의 다인 정신을 고려와 조선의 음다풍습과 선인들의 글을 통해 살펴볼 때, 생각에 그릇됨이 없다는 것과 분수를 지킨다는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고려의 왕이 신하의 사형과 귀양을 결정하는 의례에서 왕과 신하가 격식을 갖춰 차를 마신 경우나, 고려와 조선시대에 관리와 백성의 죄를 논하는 사헌부에서 다시를 행한 일, 새로 임명받은 관리가 다방부터 거텨 나가도록 한 것 등이 모두 차는 참된 마음을 갖게 하고 치우치지 않는 바른 판단을 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신라의 충담스님이 경덕왕께 차를 달여 바친 귀정문도 차를 마셔 정으로 돌아가는 문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고려 삼은의 한 사람이었던 이색의 <차 마신 후 읊음>이란 시에서도 이러한 다인 정신을 볼 수 있다.

 

도는 막히거나 걸림이 없는 길을 말한다. 또한 진리나 깨우친 지경을 뜻하며, 때로는 그 과정의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최치원이 쓴 난랑 비석의 서문을 보면 도는 불교, 유교, 도교가 있기 전부터 신라인이 추구했던 종교이기도 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구도적 다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차를 끓이고 마시는 일은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리 다문화의 철학적 바탕은 선인과 화랑, 그리고 화랑승려의 고선도 음다속의 영향도 컸다. 도가에서는 차의 맛이 도의 맛과 같다고 하였으며, 차를 마신 후 흔히 득도한 경지인 좌망을 체험한다고 하였다. 또한 한 잔의 차는 참선의 시작이며, 깨우침을 얻어 오도하게 된다고 했다. 또 우리의 옛 선비들은 음다생활에서 유가사상의 달도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득 다사는 군자수양의 길이며, 차를 우려내는 일에서 중화를 배우고 터득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도의 경지에서는 힘쓰지 않아도 중용을 행하고 생가하지 않아도 중용을 알며, 자연의 조화와 같이 저절로 되는 경지이다. 한편 당나라 말기의 유정량은 <다선십덕>에서 [차로써 도를 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차가 도를 행하는 매개체일 수 있음을 뜻한다.

 

 

조선말의 초의는 차를 만들고 끓이는 지고한 기예를 다도라고 했다.[동다송]제 15절에는

차따기는 묘를 다해야 하고 차를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 물은 참된 것을 얻고 우리기는 중을 얻어야 한다. 체(물)와 신(차)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 (다탕이) 건실하고 신령스럽게 어울어진다. 이렇게 되면 다도를 끝냈다고 할 수있다.

 

 

라고 했고[다신전]의 마지막 부분에는 [사미승 수홍이 다도를 알고자 하여 원본을 정서하려 했다]는 내용에 이어서 [림에 조주풍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다도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베껴 써서 두려워할만한 것임을 보이노라]고 한 데서나. [동다송]을 저술한 동기가 [해거도인(홍현주:정조의 사위)이 다도를 묻고자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 내용 등에서도 그의 다도관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다도란 1) 차는 도 2) 차의 도(기예) 3) 차를 통한 도(차는 수단)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차를 끓임-귀와 코가 즐거움- 편견이 없어짐- 눈으로 사물을 바로봄-혀로 차를 맛봄-살과 뼈가 똑바름- 마음이 밝고 깨끗함-생각에 그릇됨이 없어짐- 집안을 바로 다스림- 천하를 생각함

 

즉, 차를 마시면 몸이 즐겁고 마음이 깨끗해져서 올바르며 치우치지 않고 큰 도를 실행할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 또 초의가 김명희에게 보낸 글에서 [옛부터 성현들은 모두 차를 즐겼다. 차는 군자와 같아서 그 성품에 나쁜 기운이 없다.고 했다. 무사란 바름을 뜻하는 동시에 의와 선을 자득하는 큰 의미의 중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선조들의 글을 보면, 차를 마시면 분수를 알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게 된다는 내용이 흔히 있다. 이는 우리의 선비정신이기도 하다. 신라의 경덕와응ㄴ 충담스님이 올린 향기로운 차를 마신 후 안민가: 백성을 편하게 하는 노래)를 지어 달라고 하여 지은 안민가에는 한 나라에 사는 임금과 신하와 백성은 한 가족처럼 은혜를 알고 서로 사랑하며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는 태평하리]라고 하였다.

 

즉 왕은 왕대로 백성은 백성대로 각자의 신분에 맞추어 맕은 바를 충실히 하면 서로 화목하고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다인 충담스님의 사상으로 다인정신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충담스님은 왕의 스승이 되어달라는 청을 사양하였다.

 

숙수에 찻잎이 천천히 편지면서 향기와 맛을 남기듯이 우리는 차분히 명상하며 자신을 펼치어 밝고 어두움을 보고 사랑하고 자신의 분에 맞는 푸근한 삶의 지름길을 터득할 수도 있다.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의 다인 정신을 따로 설정해 둘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서두르지 않는 것, 작은 일에도 거짓말 하지 않는 것, 말로써 복을 쌓는 것 등의 작은 목표를 세워 점진적으로 노력한다면 다산의 말대로 나쁜 버릇도 고칠 수 있고 변화된 자신과 이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의 이규보는[우물 한 개구리의 낙을 달게 지키리라]고 하였으며,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가난을 분수로 알고 그 나름대로 즐긴 서을 볼 수 있다. 조선 말엽 이웃끼리 산방에서 다회를 연 내용을 쓴 글에 [가난과 천함이 분수에 맞으며, 근심은 사라지고 즐겁기만 하다]고 한 것이나. 조선 영조때의 청백리였던 이형상은 초려삼간에 살면서 [차달이는 돌탕관과 낚시대를 가지고 고사리 먹고 사는 것이 분이라 한 데서도 선비정신을 엿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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